관악산 바위들 3 / 연주대에서 육봉 가는 길
왼쪽 소나무 위 낮은 바위에 서서 쳐다보고 있는데 같이 가던 어떤 아저씨가 "내 저기 올라 갈테니 사진 좀 찍어 주시오" 한다. 그리고 자기 카메라를 내게 내밀었다. "그러세요" 하고 카메라를 받았다. "역광이 될테데요..시커멓게 나올건데.. 아니면 아주 멋있게 나오거나.." 내가 말하는 사이 그는 바위 틈을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는 과정도 찍었다. 비교적 쉽게 올라가는 것 같았다.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분이 " 어.! 바위 올라가시네.. 나도 올라 갔었는데.." 한다. "예? 하하..! 아주머니가요?" 나는 놀랐다. "어떻게 올라갔어요?" "남들이 올라가기에 따라 올라가니까 되던데요." 한다. 조그맣고 통통한 40대 초반의 아주머니였다. "대단하시네요. 난 못 올라가겠는데." 그 아주머니는 지나 갔고 나는 아저씨가 바위위에 올라간 장면 내려오는 장면 모두를 찍었다. 내려온 아저씨에게 카메라를 돌려줬다. 10번 정도 찍었는데 폴더가 없다고 나왔다. 육봉쪽으로 조금더 그 아저씨와 동행했다. 그 아저씨는 67세라고 했다. 얼굴 전체에 주름살은 많았지만 나이가 그렇게 많은줄은 몰랐다. 아니 나는 그의 나이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그냥 약간 나이가 있고 활동적이고 노련한 산꾼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에게는 나이가 없었다. 다른 곳에서 마주친 신경질적이고 잔소리 하기 좋아하는 다른 아저씨들은 나이티를 퍽퍽내고 다니는데... 그는 또 말했다. 예전에는 겨울에도 맨발로 산에 다녔는데 나이가 드니까 별로 좋은 일이 아니더라고. 무릎이나 허리 등에 타격이 온다고. 아마도 발에서 신발의 쿠션을 못받으니까 바로 충격을 받는 것 같다고.. 그는 육봉 능선의 폭포가 멋있다는 이야기. 저기 어떤 바위는 배낭을 매고는 못내려 온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바로 옆의 팔봉을 학바위 능선이냐고 잘못 알고 물어본 얼마후 경치사진을 한번 더찍고 그와 헤어져 팔봉쪽으로 발길을 돌렸다.